이달 말 이사회서 결정할 듯..장자 상속 후 계열 분리 전통 이어
LG전자·화학 등 핵심 계열은 남겨..LG MMA 등 추가 분리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와 LG하우시스, 판토스 등을 거느리고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할 것으로 알려졌다.파워볼

구 고문은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며, 고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이다.

구광모 현 LG 회장이 2018년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LG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구 고문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구본준 LG 고문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구본준 LG 고문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6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계열 분리안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 고문은 LG 지주사인 (주)LG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의 가치는 약 1조원 정도로, 구 고문은 이 지분을 활용해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의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로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상사는 지난해 LG그룹 본사 건물인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을 ㈜LG에 팔고 LG광화문 빌딩으로 이전했다.

또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LG상사의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 지분 19.9%도 매각하는 등 계열 분리 사전작업을 해왔다.

구 고문이 상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에 나서는 것은 현재 LG그룹의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을 온전히 보존하면서 지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직후에는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전자 계열의 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들 회사는 LG전자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 회사인데다 기업 규모도 커 당시에도 계열 분리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재 지주회사인 ㈜LG는 LG상사 지분 25%, LG하우시스 지분 34%를 쥔 최대 주주이며 LG상사는 그룹의 해외 물류를 맡는 판토스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구 고문은 2007년부터 3년간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이번 계열분리로 그간 LG전자와 화학 등 주요 고객과 판토스간 내부거래 비율이 60%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적이 돼온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전망이다.

LG하우시스는 2009년 LG화학의 산업재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만든 건축 자재, 자동차 소재 기업으로 그룹의 주력은 아니다.

여의도 LG 트윈타워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의도 LG 트윈타워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에 계열에서 분리할 LG상사의 시가총액은 7천151억원, LG하우시스는 5천856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아 구 고문의 현재 지분 가치로 충분히 충당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현재 구 고문이 보유한 ㈜LG 지분을 ㈜LG가 보유하고 있는 LG상사·LG하우시스 지분과 교환하는 스와프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열분리 회사의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LG 안팎에서는 반도체 설계 회사인 실리콘웍스와 화학 소재 제조사 LG MMA의 추가 분리 전망도 나온다.파워볼엔트리

LG그룹이 이번에 계열분리를 결심한 데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 3년을 맞아 안정기에 접어드는 등 시기적으로도 적당한 때가 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 고문의 계열분리는 선대부터 이어온 LG그룹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LG그룹은 선대 회장이 별세하면 장남이 그룹 경영을 이어받고, 동생들이 분리해 나가는 ‘형제 독립 경영’ 체제 전통을 이어왔다.

구본준 고문은 2010년부터 6년간 LG전자 대표이사, 2016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LG 부회장을 지냈다. ㈜LG 부회장 시절에는 형인 고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LG그룹을 총괄했다.

이후 구본무 회장 별세로 2018년 6월 구광모 대표가 취임하자 고문 자리로 빠지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구본무 회장의 장남 형모씨는 LG전자 일본법인 연구소에서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재계는 이번 계열분리를 끝으로 LG그룹의 추가 분리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sms@yna.co.kr

3차분 몇 대엔 외산 탑재, 나머지 국산 탑재 협의
독일 업체, 연내 계약 미체결시 공급 불투명 주장
선택지 줄어든 당국 및 체계업체 입장 선회한 듯
20일 사업분과위·25일 방추위서 ‘외산’ 결정 전망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육군 K2 전차 변속기 국산화 사업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변속기를 공급하고 있는 독일 업체가 연내 3차 양산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품 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16일 군 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20일께 사업분과위원회를 열어 K2 전차 3차 양산 분에 대한 해외 변속기 수입 안건을 구체화하고 25일께 국방장관 주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해 이를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단계서 볼트 하나 때문에 고배

국산 변속기는 과거 야전시험(OT)과 도로시험(DT)에 성공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바 있다. 그러나 K2전차 2차 양산 사업에 탑재하기 위한 2017년 마지막 내구도 평가 중 통과 주행 기준인 9600㎞에 못미치는 7359㎞에서 독일제 볼트 하나가 파손돼 제품 납품이 무산됐다.

국산 변속기에 대한 내구도 시험은 사소한 결함도 용납하지 않는다. 외산은 단순 정비를 통해 중단된 시점부터 다시 시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국산은 처음부터 다시 시험해야 한다. 앞서 독일제 변속기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준 규격에 따른 내구도 시험마저 면제받고 도입된 것으로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난바 있다.

육군 기계화보병사단 소속 K2전차들이 연막차장을 뚫고 기동하고 있다. [사진=육군]
육군 기계화보병사단 소속 K2전차들이 연막차장을 뚫고 기동하고 있다. [사진=육군]

이같은 국방규격의 형평성과 모호성 문제로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7월 박재민 국방부 차관과 왕정홍 방사청장 주관으로 열린 제6차 방위사업협의회는 국방규격을 구체화 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업체와 국방기술품질원 간 이견이 계속돼 왔던 것을 감안해 판정이 어려울 경우 전문위원들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검토·판단키로 했다.파워볼엔트리

하지만 돌연 방사청은 시험평가를 국방기술품질원이 주관하지 않으면 규정 위반이라며 다시 이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에 업체 측은 2차 양산 당시 내구도 시험의 혼란이 재현될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 지금까지 국산 변속기에 대한 시험평가가 이뤄지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한 배경이다.

연내 계약 안하면 제품 못준다 ‘어깃장’?

이후 관련 당국과 K2 전차 체계종합 업체인 현대로템, 변속기 개발업체 S&T중공업 등은 국산화에 필요한 내구도 시험기준인 320시간을 감안해 내년 3월께 까지 시험을 끝내는 방안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양산 분 초기 몇 대에만 독일산 변속기를 넣고, 이후 물량은 국산을 탑재해 2022년 전력화 일정을 맞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현대로템 노조와 S&T중공업 노조는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변속기 국산화에 대비해 독일산 핵심부품인 변속장치(레인지팩)와 유체감속기(리타더), 좌우브레이크, 정유합 조향장치(HSU) 등을 국산화 했고, 특히 변속기의 두뇌역할을 하는 변속제어장치(TCU)도 100% 자체 개발을 완료하고 검증 절차만 남은 상태”라며 국산 변속기 채택을 촉구했다.

그러나 독일 변속기 업체가 올해 연말까지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제품 공급이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현대로템과 군 당국 입장에선 국산 변속기 시험 실패시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산 변속기 사업 포기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왕정홍 방사청장은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체계와 변속기를) 분리해서 시험을 더 하고 한다는 자체가 너무 위험하고, 그렇게 하면 독일산 변속기에 대한 주문이 올해 나가지 않고 내년에 나감으로 해서 비용도 많이 상승된다는 부정적인 얘기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 청장은 국산 변속기가 외산 보다 약간 더 비싸다고 언급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작성한 1500마력 변속기 가격 비교 보고서가 근거다. 이에 따르면 국산 변속기가 3000만원 가량 더 비싼 것으로 돼 있다. 이는 2차 양산 기준 외산변속기 대비 국산이 약 1억원 가량 저렴하다는 업계 추정치와 다른 것이다.

한편, 방사청은 올해 K2 전차 3차 양산 사업 예산 350억원을 받았다. 2021년 정부안에는 2차 양산분과 3차 양산분을 합쳐 3094억원을 포함돼 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핫플레이스’로 각광받으며 외지인 몰려들어 혼잡
통행불편 다툼으로 주민폭행 사건까지..갈등 첨예

전남 나주시 남평읍의 은행나무수목원. 수목원의 유일한 출입로인 농로가 혼잡해지면서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수목원 입구에 마을 사람들이 트랙터를 몰고 와 항의 시위를 벌이는 모습.2020.11.14/뉴스1 © 뉴스1
전남 나주시 남평읍의 은행나무수목원. 수목원의 유일한 출입로인 농로가 혼잡해지면서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수목원 입구에 마을 사람들이 트랙터를 몰고 와 항의 시위를 벌이는 모습.2020.11.14/뉴스1 © 뉴스1

(나주=뉴스1) 박진규 기자 = “조용했던 마을이 카페 한 곳 때문에 외지인들이 몰려들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경입니다. 더구나 마을 이장까지 폭행당해 주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 풍림리와 광촌리 2차로 도로변에는 붉은색 바탕에 강력한 문구의 현수막들이 곳곳에 부착돼 있다.

현수막은 하나같이 ‘불법 영업 수십억 특혜의혹 은행나무수목원, 수목원 가족을 처벌하라’ 등 수목원을 규탄하는 글들이 도배됐다.

80여 가구 120명이 사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발단은 7년전 광주에서 건설업을 하는 홍모씨(63)가 마을 뒤편 은행나무 숲이 포함된 임야와 산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홍씨는 8만2000평에 달하는 땅을 사들인 뒤 나무들을 정비하고 2층 규모의 휴게시설을 지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수목원 등록을 마치고 그해 6월에는 카페를 개업했다.

평소 울창한 숲을 이룬 이곳에는 봄과 가을철 간간이 사람들이 찾곤 했으나, 본격적으로 카페가 운영되면서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광주 도심에서 20분 거리인 이곳이 소위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면서는 평일에도 100~200명, 주말에는 이 일대가 마비될 정도로 사람들이 찾는다.

200대 규모의 수목원 주차장은 밀려드는 차량을 소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인근의 학교운동장과 마을회관, 공터 등 주차가 가능한 곳이면 차량이 빼곡히 들어섰다.

특히 수목원은 별다른 진입로가 없이 마을 농로를 통해서만 차량출입이 가능하다 보니 밭일을 나가는 주민들이 혼잡으로 인해 제때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경운기가 이동이 어렵고 일부 주민들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외부 차량과 접촉사고가 발생하는 일도 빈번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의 도로변에 은행나무수목원을 찾은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그 뒤로 수목원을 규탄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다/뉴스1© 뉴스1
전남 나주시 남평읍의 도로변에 은행나무수목원을 찾은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그 뒤로 수목원을 규탄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다/뉴스1© 뉴스1

급기야 전 마을 이장인 이모씨(63)가 지난달 11일 수목원 주인 홍씨에게 이 문제를 갖고 따지는 과정에서 홍씨의 아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씨는 갈비뼈와 가슴뼈가 골절되고 입 안쪽을 7바늘 꿰매는 중상을 입었다.

이씨는 “카페가 생기고 나서 외부 사람들이 몰려와 주말에는 생지옥 같다”면서 “폭행사건이 일어나고도 사과 한마디 받은 적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반면 카페 운영주이자 수목원 소유주인 홍씨는 주민 이씨가 트랙터를 끌고 와 수목원 입구를 막으면서 시비가 붙었다는 주장이다.

홍씨는 “당시 손님 중에 어린아이가 급히 응급실에 급히 가야 하는 급한 상황이었다”면서 “다투는 과정에서 우리 아들도 목을 다치고 손가락이 찢어졌다”고 반박했다.

또한 “주민들이 매일 확성기를 틀고 영업을 방해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이씨를 폭행과 영업방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곳 수목원은 사람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관광공사의 가을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도 선정된 곳”이라면서 “그런데도 주민들이 저와 가족들을 나쁜 사람으로만 몰고 가 너무 힘들고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에 들어선 은행나무수목원 내 카페.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이곳에 카페가 들어서면서 지역 명소로 잡리잡았다. 하지만 진입도로 혼잡을 이유로 지역 주민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2020.11.15/뉴스1
전남 나주시 남평읍에 들어선 은행나무수목원 내 카페.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이곳에 카페가 들어서면서 지역 명소로 잡리잡았다. 하지만 진입도로 혼잡을 이유로 지역 주민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2020.11.15/뉴스1

분쟁이 계속되자 나주시는 사업비 23억원을 들여 마을 입구에서 수목원까지의 농로를 넓히는 도로 확·포장 공사를 지난 6월 발주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도로공사 또한 특혜라는 주장이다.

이씨는 “나주시가 원주민들을 위해 혈세를 사용하지 않고 외지인의 영업을 돕기 위해 길을 낸다”며 “그린벨트 지역인 수목원안에 어떻게 카페를 짓고 영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나주시는 “수목원 내에는 관련법상 휴게음식점을 설치할 수 있어 그에 따라 카페영업이 가능하다”며 “도로 확·포장은 2016년 다수 주민의 건의서가 들어와 2017년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올해 착공했을 뿐 특혜는 없다”고 밝혔다.

0419@news1.kr

[앵커]

지난달 입주자 대표가 휘두른 흉기에 아파트 관리소장이 숨진 사고가 있었죠.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렇게 입주민 대표의 갑질이 반복되는 이유는 뭔지, 엄윤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이곳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진 건 지난 6일 낮 1시쯤입니다.

관리소장과 경리과장을 흉기로 위협한 남성은 이 아파트에서 4년 동안 활동했던 입주자대표회장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 업무추진비를 빼돌렸다며 술에 취한 채 들이닥친 겁니다.

난동은 다행히 부상자 없이 15분 만에 경찰이 출동하면서 멈췄습니다.

입주자 대표는 특수 협박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경찰 관계자 : 혐의는 대체로 인정했습니다. 피의자는 특정한 이유가 있어서 갔는데….]

주민들 앞에선 ‘을’일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

생사를 넘나드는 공포를 겪었지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경찰에 말했습니다.

YTN의 인터뷰 요청도 극구 거절했습니다.

[피해자 : 죄송한데요, 제가 언제 떠날지도 모르고 인터뷰하고 싶지는 않고, 이 아파트에서 4년 일하면서 이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가고 싶지도 않고….]

지난달 인천에선 아파트 관리소장이 입주자 대표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기도 했습니다.

[인천 관리소장 피해 유가족 : 직감적으로 누구랑 뭔가 다툼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가족들한테 연락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경숙 씨가 돌아가셨습니다.’ 이 소리를 들어서 거의 실신 지경이었죠.]

실제로 관리사무소 직원에 대한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은 최근 5년간 3천 건을 넘어섰습니다.

입주민들의 갑질, 왜 근절되지 않는 걸까요?

주된 이유는 관리사무소 직원의 불완전한 고용 구조 때문입니다.

보통 아파트와 계약을 맺은 위탁 관리회사에서 이들을 파견하는데,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이런저런 불만을 제기하면 사실상 언제든 해고할 수 있습니다.

보통 고용 기간을 몇 개월 단위로 짧게 정한 뒤 재계약하는 형식입니다.

따라서 부당한 지시나 업무 간섭에도 잘리지 않으려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윤권일 /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정책기획국장 : 부당한 의결을 한 부분을 집행하면 범법자가 되는 거고 집행하지 않으면 위탁 관리회사 전화 한 통으로 실업자가 되는 겁니다. 불법을 저지르거나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 내에 일할 수 있게 보장을 해달라는 거죠.]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최소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갑질 범죄는 가중 처벌하고 전담 부서 신설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인천 관리소장 피해 유가족 : 동생의 죽음이 희생되었지만, 남아 있는 여성 소장님이라든지 주택 관리사분들 앞으로 일하는데 조금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함께 참석하게 된 거죠.]

무엇보다 알량한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는 마음가짐부터 고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엄윤주[eomyj101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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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살인 ⑤] 공권력도 알았던 ‘살인의 전조’.. 최소한, 19명은 살릴 수 있었다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서로 사귀다가 상대를 죽인 사건. 우리는 ‘데이트’라는 서정적 단어를 지우고, 이 죽음을 ‘교제살인’이라 부르기로 했다. 이 기사는 교제살인 판결문 108건을 분석한, 다섯 번째 기사다. <편집자말>

[독립편집부 기자]

▲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끔찍한 소리가 섞이고 또 섞였다. (한 주차장의 외부 모습. 사진 촬영 장소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이주연

엄마는 “살려달라”고 했다.

너무도 무서웠을 것이다. 어떤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한 상황에서 아들이 자신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 다섯 살 작은 손으로 살인자의 뒤춤을 붙잡았다. “하지 마세요”, “하지 마세요”라고 외쳤다. 세 사람말고는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끔찍한 소리가 섞이고 또 섞였다. 그렇게 칼에 찔리면서도 엄마는 애원했다. “살려달라”고 했다. 아들만은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도 엄마를 지켜주지 못했다 

불과 5분전쯤 만 해도 아들과 엄마는 갈 곳이 있었다. 차에 타려는 두 사람을 막아선 그 남자는 막무가내였다. “아들과 병원에 가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도 그는 승용차 운전석 문을 놓지 않았다. “잠깐 이야기 좀 하자”며 자신의 차에 엄마를 태우려고 했다. 그의 차에는 휘발유로 추정되는 액체가 실려 있었다. 그리고… 이제, 아무 말이 없는 엄마를 그 남자는 자신의 차로 옮겼다. 

아들만 주차장에 남았다. 

20년 후 아들은 스물 다섯 살이 된다. 그 해, 그 남자는 세상으로 돌아온다. 그보다 더 빨리 감옥에서 나올 수도 있다. 그 남자에게 판사는 징역 20년형을 선고하면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피고인의 행위를 직접 목격한 피해자의 자녀는 한평생 감내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과 고통 속에 살아갈 것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이런 말도 했다.

“사람의 생명은 국가와 사회가 보호하여야 할 최상의 가치이므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다.”

엄마는 그 남자와 2017년 2월 헤어졌다. 그 남자는 그 후에도 엄마를 만나려고 했다. 전화를 계속 했고, 계속 집에 찾아왔다.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심지어 집 안으로 침입하기까지 했다. 엄마는 법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남자에게 내려진 ‘최고형’은 벌금 300만원이었다. 그게 불과 넉 달 전이었다. 

아무도 엄마를 지켜주지 못했다.살인의 전조

▲  2016년∼2018년에 발생한 ‘교제살인’ 범행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건의 70.3%가 거주지 안, 거주지 근처 등 가해자와 피해자의 생활 공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이 주차장에서 일어난 경우도 자주 눈에 띄었다. (사진 촬영 장소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한승호

이런 비극이 많았다. 

<오마이뉴스>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일어난 ‘교제 살인’ 판결문 108건을 조사한 결과, 사건이 일어나기에 앞서 피해자를 상대로 한 폭행이나 주거 침입 등 범죄로 가해자가 형사 입건된 경우는 19건이었다. 폭행·상해 범죄가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거침입이 4건, 협박 감금이 3건이었다. 살인 미수, 방화도 각각 1건씩 있었다. 

이처럼 ‘살인의 전조’가 있었던 사건 19건 중에 검찰로 송치된 사실이 확인된 경우는 12건이었다. 그 중 기소유예나 불기소처분을 받은 후 가해자가 피해자를 죽인 사건이 두 번이나 있었다. 앞서 폭행 등 범죄로 재판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고 동일 피해자를 죽인 경우도 4차례나 있었다. 

결국, 피해자 108명 중 19명(17.6%)이 공권력의 부재 속에서, 또는 ‘솜방망이 처벌’ 이후 아까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 죽음들은 또한 앞선 범죄 후 6개월 안에 대부분 일어났다. 앞서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죄 날짜, 형사 입건일 등이 판결문에 명시된 경우는 모두 16건이었는데, 그 중 15건의 살인이 6개월 안에 발생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최나눔 한국여성의전화 정책팀장은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넓게 본다면 가해자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고 처벌의 폭이 넓어질텐데, 대부분 사건 그 자체만을 본다”면서 “그들이(가해자들이) 너무 쉽게 풀려난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들 모두 살 수 있었다”고 했다.그들은 모두 살 수 있었다

▲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을 이용해 101가지 키워드를 조합하여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교제살인’ 판결문을 찾아봤다. 사랑했거나 의지했던 상대에게 3년 동안 목숨을 잃은 여성은 최소한 108명에 이른다. 이런 비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이정환

열 아홉 명이었다.

2016년 6월 4일, 그로부터 석 달 전 가해자는 피해자를 때려 검찰 수사를 받았다.

2016년 8월 10일, 그로부터 2년 전 가해자는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

2016년 8월 19일, 그로부터 6개월 전 가해자는 피해자를 짓밟았지만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2016년 8월 23일, 앞서 가해자는 기소유예를 받았었다. 집행유예도 받았었다. 피해자는 같다.

2016년 9월 13일, 그로부터 두 달 전 피해자는 가해자를 주거침입으로 신고했다.

2016년 10월 3일, 그로부터 16시간 전 피해자는 자신을 때린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했다.

2016년 10월 6일, 가해자는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피해자를 폭행해 받은 벌이었다.

2016년 11월 24일, 그로부터 44시간 전 피해자를 폭행한 가해자는 경찰서에 있었다.

2017년 1월 9일, 같은 날 피해자 신고를 받은 경찰이 집에 다녀갔다.

2017년 2월 3일, 가해자는 피해자를 감금·폭행한 혐의로 기소 중이었다. 

2017년 4월 3일, 그로부터 석 달 전 피해자를 폭행한 가해자는 수사를 받았다. 

2017년 9월 6일, 그로부터 일주일 전 피해자를 때린 가해자는 형사입건됐다.

2017년 11월 23일, 가해자는 경찰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피해자를 때렸다.

2018년 4월 1일, 그로부터 6일 전 가해자는 난동을 부렸고 경찰이 출동했다.

2018년 4월 13일, 그로부터 넉 달 전 피해자 아파트에 침입한 가해자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8년 5월 4일, 그 전에 가해자는 피해자를 폭행한 혐의로 9번이나 형사 입건됐다. 

2018년 5월 11일, 가해자는 집행유예 중이었다. 3개월 전 피해자 승용차에 불을 질렀다.

2018년 5월 23일, 그로부터 6개월 전 피해자는 가해자를 주거침입으로 신고했다.

2018년 9월 12일, 가해자는 집행유예 중이었다. 10개월 전 그는 피해자를 식칼로 협박했다.

그 날, 피해자들은 모두 죽었다.

그 날, 그들은 모두 살 수 있었다. ◆

취재 : 이주연·이정환
조사 : 이지혜·박지선·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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