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보고 크게놀기]중국 반도체 굴기 상징인 회사의 디폴트 사태가 던지는 의미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해 중국이 반도체 수입에 사용한 돈은 3055억 달러에 달한다. 2위 수입품목인 원유(2413억 달러)보다 600억 달러 이상 많은 규모다. 수입 규모와 미국의 중국 5G 통신업체 화웨이 제재에서 볼 수 있듯이, 반도체는 중국에게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외국기업으로부터 반도체를 구매하거나 위탁생산 하는 걸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동행복권파워볼

중국 정부 역시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반도체 산업 발전 추진요강’을 발표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섰다. 소위 반도체 굴기다.

◇중국 반도체 대표 기업인 칭화유니의 회사채 디폴트
중국 반도체 자립을 대표하는 기업은 칭화유니다. 칭화유니는 중국 명문대 칭화대가 설립한 칭화홀딩스가 지분 51%를 보유하 있다. 또한 칭화유니는 반도체 설계기업인 쯔광잔루이(UNISOC), 낸드플래시 제조업체인 창장메모리(YMTC)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그런데 지난 16일 칭화유니가 만기 도래한 회사채 13억 위안(약 2200억원)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했다. 디폴트 발생 전인 12일 중국 신용평가사인 중청신국제(CCXI)는 칭화유니의 기업 신용등급과 회사채 신용등급을 이미 AAA에서 AA로 하향했을 뿐 아니라 신용등급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디폴트 발생 후엔 칭화유니의 기업 신용등급과 회사채 신용등급이 AA에서 BBB로 추가 하향조정됐다.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BB까지 하락한 건데, 언제 투기등급으로 하락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사태가 악화됐다.

지난 16일 칭화유니 채권자 회의에서는 원금 일부와 이자를 선상환하고 나머지 원금은 만기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 채권자 중 86.15%만 찬성하고 나머지는 반대하거나 기권해서 안건이 부결됐다.

문제는 칭화유니가 상환해야 할 회사채가 무려 177억 위안(약 3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오는 12월 10일 4억5000만 달러(약 5000억원)의 달러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위안화와 달러화 회사채 규모도 각각 51억 위안(약 8670억원)과 10억5000만 달러(약 1조16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칭화유니가 발행한 회사채 대부분은 거래 중지됐고 80% 넘게 가격이 폭락한 회사채도 있다. 칭화유니의 부채비율이 216%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디폴트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칭화유니의 총부채는 1567억 위안(약 26조6400억원)에 달하며, 영업실적은 여전히 흑자전환하지 못한 상태로 33억8000만 위안(약 575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더구나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부채가 814억 위안(약 13조8400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52%에 달한다.

◇중국 국유은행의 막대한 여신지원
여기까지 보면 칭화유니가 당장 파산할 것 같지만, 그래도 살아날 구석이 있다. 칭화유니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기업으로서 중국수출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 베이징은행 등 중국 국유은행으로부터 막대한 여신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칭화유니가 받은 여신한도는 2958억 위안(약 50조3000억원)인데, 이중 절반이 넘는 1555억 위안(약 26조4000억원)은 미사용 상태다.

향후 칭화유니의 일부 회사채가 디폴트 될 수는 있겠지만, 칭화유니 회사가 파산할 확률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자오웨이궈(趙偉國) 칭화유니 회장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다. 2018년 4월 시진핑 주석이 칭화유니의 우한 반도체 공장을 시찰했을 때 자오 회장이 수행하는 장면을 중국 중앙방송(CCTV)를 통해 수억 명의 중국인이 시청했다. 2015년 미국 D램 반도체회사인 마이크론사를 2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회사도 칭화유니다.

결국 중국 반도체 산업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는 칭화유니를 중국 정부는 어떻게든 유지시키려 할 것이다. 또한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인 반도체산업은 진입 초기에 막대한 투자가 집중되기 때문에 지금 손실이 나는 건 당연하다. 중국 입장에서는 당면한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 투자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칭화유니의 부채를 대신 갚아줄 수는 없다. 칭화유니는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자산매각을 통해서 자력갱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6월 칭화유니는 최대주주 및 2대 주주가 충칭 양강그룹과 전략적투자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전략적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경우,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자산매각도 고려할 수 있다. 칭화유니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쯔광잔루이는 중국 커촹반 상장을 준비 중이며 창장메모리도 상장요건을 구비한 상태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은 길고도 험한 길이다. 중국 반도체 대표기업인 칭화유니가 회사채 디폴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우리도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향후 5~10년 안에 중국 기업들이 우리 반도체 기업의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김재현 이코노미스트 zorba00@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오바마 회고록 통해 각국 지도자 평가

미국에서 17일(현지시간) 발간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 © AFP=뉴스1
미국에서 17일(현지시간) 발간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시카고의 뒷골목을 주름잡는 조직폭력배 두목’ 같다고 평가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잔뜩 과장된 레토릭’을 쓰는 사람으로 기억했다.파워사다리

1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17일(현지시간) 발간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과거 국제 외교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 각국 정상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푸틴은 핵을 보유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쓸 수 있는 점을 제외하면, 시카고나 뉴욕시 탐만홀에서 활동했던 남자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푸틴은 합법적인 거래 수단으로 갈취, 뇌물수수, 사기, 폭력을 사용하고, 자신의 좁은 활동 구역 밖으로 나가지 않는, 터프하고 세상물정에 밝으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보스 같았다”고 회고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 대해선 “감정을 자주 폭발시키고 과장된 수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며 “마치 프랑스 유명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 같았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사르코지와의 대화는 재밌가다도 몹시 화날 때가 있었다”면서 “손은 끊임없이 움직였고 가슴은 수탉처럼 튀어나왔다. 그의 개인 통역가는 사르코지의 제스처와 억양을 미친듯이 따라잡아야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사르코지는 어떤 주제든 간에 자신이 그 행동의 중심에 서고 공로를 인정받고 싶어했다”고 지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대해선 “나와 대화를 할 때마다 에르도안의 큰 체구는 약간 구부러져 있었고, 조금이라도 불만이 있거나 모욕을 받았다고 느끼면 목소리가 한 톤 상승해 스타카토처럼 짧고 날카롭게 변했다”고 적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AFP=뉴스1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AFP=뉴스1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안정적이고 정직하며 지적으로 엄격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됐다.FX게임

회고록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고상한 언변과 말솜씨 때문에 처음엔 그를 회의적으로 생각했다. 선동을 잘하는 인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독일 지도자로서 선동에 대한 혐오가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해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지난 17일 출간되자마자 24시간 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서 거의 89만부가 팔렸다. 이 추세대로라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대통령 회고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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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간 양정숙 6명·신현영 5명 보좌진 교체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몇 년 이상 함께 일한 의원이 갑자기 별다른 이유 없이 이번 주까지만 일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나오고 바로 그 방에 들어간 사람은 의원과 가까운 유명 정치인 ○○○의 측근이었어요.” 전직 보좌진 A씨의 말이다. ‘파리 목숨’. 보좌진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처지를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다. 한쪽 가슴엔 배지를 달고, 피감기관을 상대로 질의하는 300명 국회의원의 모습이 아침, 밤, 낮으로 뉴스를 통해 보도된다. 기억되는 것은 의원들뿐이지만 그들의 입법, 질의 등 의정활동은 그들의 ‘그림자’인 보좌진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의원들의 활동 하나하나를 보좌진이 준비하고 지원한다.

ⓒ일러스트 김세중
ⓒ일러스트 김세중

20대 국회 4년간 보좌진 57명 교체한 의원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엔 300명의 국회의원을 위한 개인 사무실이 있다. 보좌진들도 이곳에서 일한다. 의원 한 명당 채용할 수 있는 보좌진은 총 9명.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 7급, 8급, 9급, 인턴 비서 1명씩이다. 맡는 업무는 의원실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정무·정책·수행·홍보 등의 역할이 있는데 한 개만 맡는 경우는 드물다. 의원 운전기사도 보좌진이 맡는 경우가 많다. 보좌진은 보통 2개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며, 급할 땐 어떤 업무에든 투입될 수 있다. 갈수록 보좌진의 업무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한다. 의원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튜브 관리도 모두 보좌진의 몫이다.

정장을 입고 국회로 출근하는 이들. 바깥에서 보는 보좌진의 흔한 이미지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화려하지만은 않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보좌진의 하루 일과, 심지어 삶 전체가 철저히 본인이 모시는 의원에게 맞춰진다. 삶과 일의 경계를 본인이 정하기 어렵다. 정기국회 때는 주말도 없다. 밤을 새우는 일도 허다하다.

대다수 보좌진이 이러한 자신의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갖진 않는다. 10년 경력의 한 보좌관은 “일이 많고 바쁜 건 국회라는 역할에서 당연하다고도 본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모시는 의원의 의정활동이 국민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진짜 고통은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생긴다. ‘갑질’을 당하고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당할 때 이들은 자신이 국가의 최고 입법기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한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서 정하는 사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별정직 공무원인 보좌진에겐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보좌진의 임명·면직은 전적으로 의원에게 달려 있다. 의원의 한마디면 임명도 면직도 즉시 이뤄진다.

21대 국회 사정은 어떨까. 다방면으로 취재한 결과, 보좌진이 1명이라도 나간 의원실이 130곳가량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양정숙 무소속·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양 의원실에선 벌써 6명, 신 의원실은 5명이 그만뒀다. 반년이 채 되지 않아 정원의 절반 이상이 그만둔 것이다. 민주당 김민석·김상희·김정호·박주민·윤호중·이소영·소병훈 의원,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의 경우 3명의 보좌진이 그만뒀다. 2명의 보좌진이 나간 의원실도 29곳으로 집계됐다.

양정숙 의원(왼쪽)과 신현영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양정숙 의원(왼쪽)과 신현영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보좌진 특성상 의원과 보좌진이 잘 맞지 않으면 함께 일하기 어렵기에 다른 조직보다 인원 교체가 잦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또 본인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보좌진은 “반년도 안 돼 절반에 가까운 3명 이상의 보좌진이 바뀐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스스로 나갔다고 해서 그게 순전히 자의에 의한 것이겠나. 직원이 자주 바뀌는 곳은 가끔이 아니라 계속 바뀐다”고 입을 모았다. 양정숙·신현영 의원실 관계자는 보좌진 교체 이유에 대해 “(해당 보좌진의) 사적인 부분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20대 국회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국회사무처 작성 ’20대 국회 의원실별 재직한 보좌직원 현황’에 따르면, ㅂ의원실은 4년간 가장 많은 57명의 보좌진이 재직했다. 다음으로는 ㅅ의원실 39명, ㅎ의원실 36명, ㄱ의원실 29명 순이다(국회사무처 실명 비공개 원칙). 4년 만에 정원 8명인 직원이 이 정도로 교체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4년간 10명 이하의 보좌진이 재직한 의원실은 33곳이다. 그중 3곳에선 재임 4년간 단 7명의 보좌진이 일했다. 4년간 보좌진이 한 번도 바뀌지 않았거나 1~2명 정도만 교체된 것이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정보공개규정 제6조의2 ‘비공개대상정보의 세부기준’의 ‘직원 등의 임면(任免), 복무, 급여, 연수 등 인사에 관한 개인정보’ 내용을 들어 의원 실명을 밝히진 않았다. 20대 때 보좌진이 자주 바뀐 것으로 유명했던 모 의원실 관계자 B씨는 “작은 실수 한 번에 의원으로부터 해고되는 경우도 있었고, 버티다 몸에 문제가 생겨 나간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급여 강탈에 집 청소·자녀 식당 예약까지 요구

채용 번복을 당한 경우도 다수 있었다. 21대 총선 직후 당선인이었던 민주당 C의원 밑에서 채용을 전제로 일했다는 보좌진 출신 D씨는 임기 시작 전 돌연 C의원으로부터 ‘채용하기 힘들다’는 통보를 받았다. 물론 이에 대한 급여도 받지 못했다. 현재는 다른 의원실에서 일하고 있는 보좌진 E씨도 “총선 이후 모 의원실에 면접까지 보고 채용이 확정됐지만, 출근 전날 번복됐다. 국회에선 너무도 흔한 사례”라고 했다.

‘파리 목숨’만이 보좌진이 겪는 문제의 전부는 아니었다. 시사저널은 전·현직 보좌진들을 통해 보좌진에 대한 의원들의 불합리한 갑질 사례를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20대 국회에서 활동한 F의원은 매달 보좌진의 급여 일부를 돌려받아 지역구 사무실 직원들의 급여로 썼다. 정치인들은 정치자금법에 정해져 있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만들고 사용해선 안 된다. 그러나 다수의 보좌진에 따르면 국회에서 이런 일은 적지 않게 벌어진다. 실제 이군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보좌진 급여의 일부를 돌려받아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사적인 일을 보좌진에게 시키는 경우는 허다하다. 의원이 키우는 개의 털을 직접 깎거나, 의원 개인 집 청소, 김장, 이사 등에 보좌진이 동원된 경우다. 20대 국회 전직 G의원은 틈만 나면 보좌진들에게 자택 청소 및 사적인 일을 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의원실에서 일했던 전직 보좌진 H씨는 “처음엔 이것도 보좌진의 일이겠거니 하고 참았지만 반복되다 보니 자괴감이 들었고 그러한 일들로 의원에게 혼날 땐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 20대 때 자유한국당 의원으로 활동한 I의원은 자녀의 식당 예약까지 보좌진에게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여러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보좌진이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의원의 절대적인 임면권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분란을 일으켰다가 좁은 국회 내에서 안 좋은 소문이 돌면 재취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사저널과 만난 대다수 전·현직 보좌진은 여러 차례 익명을 요구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현직 보좌진 J씨는 “따졌다가 의원에게 찍히면 그 의원과 친한 의원 사무실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다른 업계는 몰라도 이곳은 일을 아무리 잘해도 의원에게 밉보이면 생명이 끝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박준수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회장 ⓒ시사저널 박은숙
박준수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회장 ⓒ시사저널 박은숙

“입법기관 국회, 정작 보좌진 인권은 사각지대”

국회의원 보좌진에 대한 법적·제도적 근거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포함돼 있다. 법률이 보좌진을 국회의원의 수당 일부 정도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보좌관 등 보좌직원을 둔다'(제9조1), ‘보좌직원에 대하여는 별표 4에서 정한 정원의 범위에서 보수를 지급한다'(제9조2). 이 두 줄이 전부다.

10년 전 당 보좌진협의회에 들어가 현재까지 국회 보좌진의 권익 증진을 위해 힘써온 13년 차 보좌진 박준수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장(정경희 의원실 보좌관)은 최근 보좌진 처우에 대한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행법을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로 고치고 면직 예고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해고할 때 의무적으로 30일 전 면직 예고를 하게 돼 있다. 국가공무원은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면직 사유가 엄격히 제한된다. 두 사례 모두 의원이 서류에 도장을 찍는 순간 즉시 면직되는 국회 보좌진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박 회장은 “우린 ‘파리 목숨’이지 않나. 오늘 출근했다가 의원이 ‘너 나가’ 하면 다음 날 면직된다”며 “국회가 입법을 하는 곳인데 정작 보좌진의 고용 및 노동과 관련해선 법적 근거가 거의 없는 사각지대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법안은 현재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심사되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 보좌진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검사를 실시했는데 스트레스와 우울증 증세가 매우 높게 나왔다. 숙식을 사무실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많고 업무 강도가 상당하다”며 “그럼에도 보좌진들은 지역주민과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입법 등을 통해 해결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보좌진의 임면 등과 관련해 최소한의 시스템이라도 마련돼 앞으로 보좌진이 더 열심히 일하고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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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실리 모두 아제르바이잔에 밀려
서방 ‘동정표’ 얻었지만 적극적 지원 없어

아제르바이잔 국방부가 공개한 포병 사격 영상 캡처 [AFP=연합뉴스]
아제르바이잔 국방부가 공개한 포병 사격 영상 캡처 [AFP=연합뉴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남캅카스의 ‘숙적’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분쟁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다시 한번 맞붙었다.

지난 9월 27일부터 6주 넘게 이어진 양국의 교전은 아르메니아의 ‘참패’로 끝났다.

아제르바이잔은 미승인국 아르차흐 공화국(옛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의 제2 도시인 슈샤를 비롯한 주요 지역을 차지했으며, 언제든 아르차흐의 수도 스테파나케르트의 생명줄을 끊을 수 있게 됐다.

사실 아르메니아의 국력은 아제르바이잔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아르메니아의 인구가 300만 명에 불과한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1천만 명에 달한다. 아제르바이잔의 국내총생산(GDP)은 472억 달러(약 53조원)에 달하지만, 아르메니아의 GDP는 134억 달러(약 15조원)에 그친다.

국력에서 열세인 아르메니아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러나 아르메니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선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제르바이잔 군을 향해 포격하는 아르메니아 병사 [아르메니아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제르바이잔 군을 향해 포격하는 아르메니아 병사 [아르메니아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법상 아제르바이잔 영토…명분 싸움에서 졌다

아르메니아는 명분 싸움에서부터 아제르바이잔에 밀렸다.

양측의 전장이 된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옛 소련 시절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약 80%를 차지한 아제르바이잔 영토였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는 독립공화국을 세운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이 1992∼1994년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이후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를 하는 분쟁지역으로 남았으며,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2017년 아르차흐 공화국으로 명칭을 바꿨다.

사실상 아르메니아의 보호국인 아르차흐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실효 지배하는 상황이 30년 가까이 이어졌지만 국제법상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 영토였다.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 본토를 공격했다면 사정이 달랐겠지만, 엄연히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에서 벌어진 교전이다 보니 외국이 아르메니아를 지지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는 명분이 약했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간 교전으로 파손된 가잔체토츠 대성당 [로이터=연합뉴스]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간 교전으로 파손된 가잔체토츠 대성당 [로이터=연합뉴스]

‘동정표’만으로는 부족했다

나고르노-카라바흐가 국제법상 아제르바이잔 영토임은 사실이나 아르메니아에게도 국제 여론을 자국에 유리하게 돌릴 재료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아르메니아인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이 붕괴할 당시 대학살의 비극을 겪은 민족이다.

터키는 아르메니아 학살을 인정하지 않지만, 국제 학계는 1915∼1917년 오스만 제국 내에서 아르메니아인 약 150만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 상원도 지난해 아르메니아 학살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추념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아르메니아인의 희생을 인정한다.

공교롭게도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와 같은 튀르크 민족이 세운 국가다. 양국 국민은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서로를 형제국으로 인식한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와 마찬가지로 아르메니아는 기독교 국가다. 이슬람 세력에 점령당했음에도 오랜 세월 기독교 신앙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아르메니아를 보는 유럽 국가의 시선에는 일종의 ‘연민’이 깔려있다.

또 아르메니아는 2018년 세르지 사르키샨 전 대통령의 권력 연장 시도에 반발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무혈 시민혁명’으로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적어도 서방 국가들에게는 같은 신앙을 공유하고 민주주의가 정착한 데다 대학살의 피해자이기까지 한 아르메니아에 ‘동정표’를 줄 여지가 충분했다.

분쟁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주둔하게 된 러시아 평화유지군 [AFP=연합뉴스]
분쟁지역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주둔하게 된 러시아 평화유지군 [AFP=연합뉴스]

원유·천연가스의 힘…결국 ‘실리’가 우선

그런데도 아르메니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 대부분은 양측의 자제와 휴전을 촉구하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동지중해 천연자원 개발 문제와 시리아·리비아 내전 등에서 터키와 갈등을 빚은 프랑스 정도가 아르메니아를 돕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마땅히 지원할 방법이 없었다.

아르메니아가 바다와 접하지 못한 내륙국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아르메니아에 병력이나 물자를 보내려 해도 타국의 영토를 지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아르메니아와 국경을 맞댄 국가 중 아르메니아에 항구를 열어줄 수 있는 국가는 조지아가 유일했지만, 조지아는 중립을 표방하며 아르메니아로 가는 군수 물자의 반입을 막아버렸다.

조지아는 아르메니아와 함께 남캅카스에서 ‘유이한’ 기독교 국가다. 한때 바그라티온 왕조의 통치 아래 같은 나라였던 적도 있다.

그러나 조지아는 끝까지 아르메니아로 가는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명분은 ‘중립’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아제르바이잔의 막대한 원유와 천연가스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아제르바이잔은 ‘불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원유가 풍부한 국가이며, 바쿠는 소련 시절부터 유명한 유전지대였다.

조지아는 아제르바이잔 바쿠 유전의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연결하는 파이프가 지나는 곳으로 아제르바이잔 덕에 매년 수억 달러에 달하는 이득을 보고 있다.

반면 캅카스 산맥의 고원지대에 자리 잡은 아르메니아는 변변한 천연자원이 없을 뿐 아니라 국토 대부분이 산지라 농사에도 적합하지 않다.

이스라엘 역시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했다. 아제르바이잔이 이스라엘에 막대한 원유를 수출하기 때문이다.

최대 적성국인 이란과 접한 아제르바이잔과 우호 관계를 유지할 경우 이란을 견제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더구나 아제르바이잔은 이스라엘의 주요 무기 수출국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교전에서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이 이스라엘에서 구매한 무인기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번 교전에서 아르메니아가 끝까지 기대한 국가는 러시아였다. 러시아와 아르메니아는 구소련권 국가의 군사 동맹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이기도 하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2016년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대규모 교전이 발생했을 당시 적극적으로 아르메니아를 지지해 조기 휴전을 끌어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제르바이잔의 공격에 러시아 헬기가 격추돼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러시아는 끝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소극적인 태도를 두고 2018년 민주혁명이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친 러시아 성향의 사르키샨 전 대통령과 달리 파시냔 정부는 적극적으로 친서방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집을 불태우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 주민 [로이터=연합뉴스]
자신의 집을 불태우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 주민 [로이터=연합뉴스]

냉혹한 국제관계…우리 일이 될 수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교전은 작지만 새로운 전쟁이었다. 주력 기갑 부대가 무인기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가 하면 SNS가 심리전의 격전장으로 떠오르는 등 전쟁의 새로운 양상이 부각됐다.

그러나 국방과 외교의 본질은 변치 않았다. 국력이 곧 국방력과 직결됐으며,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어설픈 연민이나 동정은 통하지 않았다. 관련국들은 모두 자국의 이익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했다.

수천년 간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온 한국인에게 아르메니아의 패전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국력은 아르메니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있지만,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의 국력은 우리를 앞선다.

북한이라는 위협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한국은 언제든 강대국 간 대립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를 지킬 힘을 키우고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현명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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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가 절반도 안되는 제안만..원금 못건지고 팔거나 은행에 넘길수도

미국 워싱턴DC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타스=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타스=연합뉴스]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야심작인 워싱턴DC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매각 작업이 무기한 보류됐다고 CNBC방송이 호텔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기업인 트럼프그룹은 지난해 10월 이 호텔을 매물로 내놓고 5억달러(약 5천585억원)의 희망 가격을 붙였으나, 이에 근접한 가격 제안조차 없었다고 복수의 관계자가 전했다. 반값인 2억5천만달러(약 2천793억원)에도 못 미치는 제안만 몇 건 들어왔다고 한다.

이 호텔 매각 작업을 위임받은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랭라살은 CNBC에 호텔 매각이 “무기한 보류됐다”고 확인해줬다.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 실은 트럼프그룹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옛 우체국 건물에 들어선 이 호텔은 트럼프그룹이 미 연방 총무청(GSA)로부터 60년간 연 300만달러를 내는 조건으로 장기 임차한 빌딩이다. 트럼프그룹은 2억달러를 들여 건물을 전면 리노베이션한 뒤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개장했다. 이 중 1억달러는 도이체방크로부터 빌린 돈이다.

문제는 임차 조건이다. 지난 2011년 트럼프그룹이 호텔 리스권을 따내려고 과열 경쟁을 벌이다 너무 높은 임차료를 부르는 바람에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CNBC가 전했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하면 호텔 리스권의 적정한 인수 가격은 1억5천만∼1억7천500만달러라고 호텔업계는 추산했다.

이는 트럼프그룹이 호텔 개장을 위해 투자한 원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트럼프그룹으로서는 손해를 보고 낮은 가격에 리스권을 매각하거나, 도이체방크에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호텔 열쇠를 넘겨주거나, 아니면 계속 호텔을 영업하면서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 매각에 차질이 빚어진 또 하나의 이유는 호텔 명칭이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그룹은 입찰자들에게 앞으로도 호텔명에 ‘트럼프’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정·관계는 물론 외국 손님들까지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지난해 4천5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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